[정치한수] 민주주의의 꽃 '선거'...선관위는 어떻게 '비리 백화점'이 되었나공정 잃은 독립기관의 민주주의 훼손...정치권은 무엇을 했나
(사진=쳇지피티 생성이미지)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라 불린다.
정당과 후보자, 유권자 모두 선거 결과를 받아들이는 이유는 단 하나다. 선거를 관리하는 기관이 공정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설령 자신이 지지한 후보가 낙선하더라도 선거 절차가 공정했다는 믿음, 철저하게 관리ㆍ개표하는 선거 개표 시스템이 있기에 결과에 승복한다.
그런 점에서 최근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둘러싼 논란은 '과거 선관위가 저지른 채용 비리'를 넘어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문제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선관위는 대한민국 선거를 관리하는 헌법기관이다. 그러나 최근 드러난 각종 비리와 관리 부실은 국민들에게 "과연 선관위를 믿을 수 있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가장 충격적인 것은 채용비리 문제다. 그러나 이 의제를 대하는 정치권의 '무덤덤'한듯한 반응도 의아하다.
감사원은 2013년 이후 시행된 선관위 경력채용 291건을 전수 조사한 결과 무려 878건의 규정 위반 사례를 적발했다. 이는 단순한 행정착오 수준이 아니었다.
고위직 자녀를 대상으로 한 맞춤형 비공개 채용 의혹, 면접 점수 조작 의혹, 채용 과정 은폐 정황 등이 감사 과정에서 드러났다. 실제로 특혜 채용 의혹을 받은 고위직 자녀 등 8명에 대해서는 임용 취소 조치가 이뤄졌으며, 관련 직원 17명에 대한 징계도 요구됐다.
특혜 채용 의혹을 받는 직원의 임용 자체가 취소됐다는 사실은 사안의 심각성을 보여준다.
임용 취소는 단순 경고나 주의 조치가 아니다. 이미 부여된 공직 신분을 박탈하는 조치다. 그만큼 채용 과정의 하자가 중대하다고 판단됐다는 의미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일부 지역 선관위에서는 무단결근 상태로 급여를 수령하거나 허위 휴직을 통해 급여를 받아간 사례가 적발됐다. 청탁금지법 위반 사례도 100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 입장에서 보면 황당할 수밖에 없다. 믿기 어려웠기 때문. 공정성을 관리해야 할 기관이 정작 내부 공정성과 조직 기강에서는 국민에게 배신감과 실망감을 안겼다.
종합적으로 더 큰 문제는 책임 구조다. 선관위는 헌법상 독립기관이다. 원래 독립성은 정권이나 정치권의 압력으로부터 선거를 보호하기 위해 존재한다. 그러나 국민들이 체감하는 현실은 다르다.
비리가 드러나도 책임을 묻기 어렵고, 외부 감시가 시도되면 독립성을 이유로 방어막이 세워진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최근 헌법재판소가 감사원의 선관위 직무감찰에 대해 일정 부분 제동을 건 것도 논란을 키웠다. 물론 헌법재판소 판단의 취지는 선관위의 정치적 독립성을 보장하자는 데 있다. 그러나 국민들이 궁금해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그렇다면 선관위는 누가 감시하는가."
독립성은 필요하다. 하지만 독립성이 무책임까지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민주주의 사회에서 강한 권한을 가진 기관일수록 더욱 엄격한 책임과 검증을 받아야 한다.
이번 지방선거 과정에서 불거진 투표용지 부족 논란 역시 같은 맥락에서 바라볼 수 있다.
채용비리, 조직 기강 해이, 관리 부실, 선거 현장 논란까지. 국민들은 개별 사건을 따로 보지 않는다. 하나의 질문으로 귀결된다.
"선관위는 정말 믿을 수 있는 기관인가."
이 질문에 선관위는 아직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더 답답한 것은 정치권이다.
선관위 문제가 하루 이틀 제기된 것도 아니다.
채용비리 논란은 이미 수년 전부터 제기됐고 감사원 감사 결과도 공개됐다. 그럼에도 여야 정치권은 선관위 개혁을 둘러싸고 정쟁만 반복했을 뿐,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수준의 제도 개혁에는 소극적이었다.
더 근본적인 문제도 있다. 선관위는 헌법기관이다. 선관위의 권한과 지위 역시 헌법에 규정돼 있다. 그렇기 때문에 단순한 법률 개정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민 신뢰를 잃은 선관위를 어떻게 감시하고 견제할 것인지, 독립성과 책임성을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지에 대한 논의는 결국 헌법적 차원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선관위 개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문제를 덮어두거나 임시방편으로 넘어갈 단계는 지났다.
채용비리와 조직 기강 해이, 반복되는 선거 관리 논란은 단순한 기관 운영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민주주의 시스템 전반의 신뢰 문제로 확산되고 있다. 이제는 "누가 선관위를 감시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답해야 할 시점이다. 그 답이 법률 개정이든, 제도 개혁이든, 나아가 개헌 논의든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제시되어야 한다.
결국 누적된 불신은 거리로 향하고 있다.
최근 선관위를 비판하는 목소리와 함께 젊은 세대의 정치 참여 움직임도 커지고 있다.
특히 2030 세대는 선관위 문제를 단순한 기관 비리가 아닌 공정성의 문제로 바라보고 있다.
정치권이 외면한 질문을 시민들이 직접 묻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그 현상은 앞으로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 선관위 개혁은 필요하다. 그러나 그 개혁의 목적은 민주주의를 무너뜨리는 것이 아니라 민주주의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데 있어야 한다. 지금 국민들이 요구하는 것은 음모론이 아니다. 공정성을 관리하는 기관이 먼저 공정해지라는 가장 상식적인 요구다.
거리로 쏟아져 나온 2030...그들은 왜 선관위 문제에 분노하는가
2030은 정말 보수화된 것일까.
아니면 정치권이 외면한 공정의 문제를 가장 먼저 체감하고 있는 것일까.
다음 편은 잠실 집회와 2030 세대의 움직임을 통해 정치권이 놓치고 있는 신호를 짚어본다.
찐뉴스 김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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