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제76주년 맞아 광화문에서 시민단체들이 한반도 자주평화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사진=우문명TV)
6·25전쟁 76주년 기자회견..."정전협정 넘어 종전·상호불가침 평화체제로"
6·25전쟁 발발 76주년을 맞아 27개 시민사회단체가 한반도 정전협정을 국제보장형 종전·상호불가침 평화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협상 개시를 공식 제안했다.
이들은 6월 25일 발표한 공동입장문에서 "76년 동안 전쟁은 끝난 것이 아니라 잠시 멈춘 상태가 이어져 왔다"며 "정전의 불안 속에 머물 것인지, 전쟁을 끝내고 평화의 제도를 만들 것인지 이제는 국민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번 공동입장에는 개헌개혁행동, 흥사단, 한국중립화추진 시민연대, 평화통일시민연대 등 모두 27개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했다.
참가 단체들은 현재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환경이 과거보다 더욱 복잡해졌다고 진단했다.
미·중 전략경쟁이 심화되고 북·러 협력이 강화되는 가운데 북한 핵능력도 고도화되고 있으며, 남북관계 역시 대화보다 대결 구도로 치닫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한반도가 다시 강대국 경쟁의 최전선이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며 "언제까지 정전협정이라는 임시 안전장치에 국민의 생명을 맡겨둘 것인지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평화를 말하면서도 전쟁을 끝내는 제도는 만들지 않았고, 대한민국 역시 한반도 평화의 당사자라기보다 강대국 협상의 구경꾼으로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평화는 안보 해체 아닌 국민 생명 지키는 현실적 안보"
공동입장문은 평화와 안보를 대립 개념으로 보는 시각에도 선을 그었다.
참가 단체들은 "우리가 말하는 평화는 안보를 해체하자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생명을 실제로 지키는 보다 현실적인 안보를 만들자는 것"이라며 "평화통일이라는 민족적 과제와 핵 없는 세상이라는 이상을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북핵 현실 역시 외면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어 "두 나라로 영구 분단하자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코리아(One Korea)'라는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먼저 전쟁을 막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남과 북은 서로 다른 체제를 가진 현실적 정치 주체이지만 동시에 평화통일을 지향하는 특수관계라는 점은 유지돼야 한다"며 "대화와 협상을 통해 장기적인 적대관계를 극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와 국회에 세 가지 특별 제안
이날 시민사회는 정부와 국회에 세 가지 특별 제안을 발표했다.
첫째는 대한민국 정부가 북한 당국에 정전협정을 종전·상호불가침 평화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공식 협상을 즉각 제안하는 것이다.
이들은 "종전은 양보가 아니라 국익"이라며 "북핵 문제 역시 핵 동결과 감축, 검증, 폐기를 행동 대 행동의 원칙에 따라 단계적으로 병행 추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둘째는 이재명 정부와 국회가 평화통일 관련 헌법 조항과 법·제도를 현실에 맞게 검토하기 위한 국민 공론마당을 올해 안에 설치하는 것이다.
참가 단체들은 "헌법 개정 여부나 남북 공식 호칭, 특수관계의 발전 방향은 특정 권력이 밀실에서 결정할 사안이 아니라 국민과 전문가가 함께 숙의해야 할 국가적 의제"라고 밝혔다.
셋째는 정부 차원의 논의가 지연될 경우 시민사회가 내년 초 독립적인 예비 공론마당을 직접 개최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들은 전문가 검증과 시민 숙의를 결합한 시민의회와 원탁회의, 국민서명 등 직접민주주의 방식을 도입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설명했다.
"평화통일은 구호 아닌 책임...국민적 숙의 시작해야"
참가 단체들은 기자회견을 마무리하며 "평화통일은 구호가 아니라 책임이며 종전은 양보가 아니라 국익"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어 "현실을 직시하는 것은 분단을 영구화하려는 것이 아니라 전쟁을 막는 첫걸음"이라며 "말로만 평화를 외칠 것인지, 실제로 평화를 가능하게 하는 법과 제도를 만들 것인지 국민과 언론이 함께 고민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번 공동입장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사회적 논의를 시민사회 차원에서 본격적으로 제안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정전협정 체결 이후 70여 년간 이어져 온 한반도 안보체제의 전환 가능성과 평화통일의 현실적 접근 방식을 둘러싼 논의가 앞으로 어떤 사회적 공론으로 이어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찐뉴스 박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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