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조합은 같은 필요를 가진 사람들이 함께 참여해 만든 사업 구조다. 일반 기업이 투자 중심이라면, 협동조합은 참여자가 곧 구성원이 되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이 때문에 수익성과 효율 중심의 시장 구조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영역에서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정부가 협동조합에 눈을 돌린 이유도 여기에 있다. 수익성이 낮아 민간이 쉽게 들어오지 않는 분야, 지역과 생활 밀착 영역, 그리고 일자리 창출이 필요한 지점에서 협동조합은 현실적인 해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협동조합 정책의 방향을 바꾸고 있다. 단순한 설립 확대에서 벗어나, 실제로 작동하는 ‘질 좋은 협동조합’ 육성에 초점을 맞추는 흐름이다. 양적 성장 중심 정책의 한계를 넘어, 지속 가능한 구조를 갖춘 협동조합을 선별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실제로 정부는 지난 4월 6일 국무회의에서 ‘제5차 협동조합 기본계획(2026~2028)’을 보고하고, 협동조합의 경쟁력 강화와 운영 효율성 제고 등을 포함한 5대 전략을 본격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양적 성장에서 벗어나 내실 있는 성장을 유도하겠다는 정책 방향이 공식화된 것이다.
그동안 협동조합은 사회적경제의 한 축으로 빠르게 늘어났다. 다양한 분야에서 설립이 이어지며 외형적으로는 성장세를 보였지만, 실제 운영이 이어지지 않거나 형식에 그치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조직은 존재하지만 기능하지 않는, 이른바 ‘보여주기식 성장’의 한계가 반복돼 왔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상황은 정책 피로로도 이어졌다. 수는 늘었지만 체감 성과가 부족하다는 인식이 쌓이면서, 협동조합 정책 전반에 대한 신뢰 역시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단순한 숫자 확대만으로는 일자리 창출이나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정책 목표를 충분히 달성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나온 배경이다.
양적 성장이 초래한 일부 '악용' 사례 선별 기준될까
이와 함께 양적 확대 흐름에 편승해 제도 취지를 벗어난 운영 사례나 일부 악용 사례가 나타났다는 지적도 나온다. 협동조합의 취지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채 형식적으로 설립되거나, 지원 제도를 활용하는 데만 목적을 둔 조직이 등장하면서 정책의 본래 취지가 흐려졌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결국 ‘선별 기준’의 필요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에 따라 정책의 기준도 변화하고 있다. 얼마나 많은 협동조합을 만들었는가보다, 실제로 운영되고 지속 가능한 구조를 갖추고 있는지가 핵심 기준으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 역시 형식적 설립이 아닌, 일정 수준 이상의 운영 역량과 사업 구조를 갖춘 협동조합에 지원을 집중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재편하는 모습이다.
특히 협동조합이 참여를 기반으로 한 일자리 모델이라는 점에서, ‘작동하는 구조’의 중요성은 더욱 강조된다. 구성원이 곧 참여자이자 생산 주체가 되는 만큼, 안정적인 사업 기반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구조 자체가 유지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지역경제 측면에서도 변화는 뚜렷하다. 협동조합은 지역 주민이 직접 참여하는 구조를 통해 수익이 지역 안에서 순환되는 특징을 갖는다. 이러한 구조가 실제로 작동할 경우, 지방 소멸과 지역 불균형 문제를 완화할 수 있는 대안으로도 기능할 수 있다는 기대가 반영되고 있다.
결국 협동조합 정책은 ‘얼마나 많이 만들었는가’에서 ‘얼마나 제대로 작동하는가’로 기준이 이동하고 있다. 숫자의 시대에서 구조의 시대로 전환되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정부가 말하는 ‘질 좋은 협동조합’의 기준은 무엇일까.
다음 기사에서는 ‘질 좋은 협동조합’의 기준과, 실제로 그 구조가 어떻게 현장에서 작동하고 있는지 살펴본다.
찐뉴스 김태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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