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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럼] 청년정책은 복지가 아니다.

[새로운 청년이론] 1부. 청년은 '카파빌리티(Capability)집단'이다. 새로운 세대 규정이 국가 생존전략

[컬럼] 청년정책은 복지가 아니다.

[새로운 청년이론] 1부. 청년은 '카파빌리티(Capability)집단'이다. 새로운 세대 규정이 국가 생존전략
박현호 | 입력 : 2026/02/26 [16:14]
 
◇박현호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본회의 의원 ◇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Amartya Sen과 철학자 Martha Nussbaum은 인간의 삶을 평가할 때 “무엇을 가졌는가”가 아니라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보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이 말한 카파빌리티(Capability)는 소득이나 자원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자원을 활용해 스스로 선택하고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을 뜻한다.
 
이 개념을 오늘의 한국 사회에 대입해 보면, 아주 불편한 질문 하나가 떠오른다.
지금 우리의 청년들은 과연 ‘무엇을 할 수 있는 상태’에 있는가?
 
우리는 오랫동안 청년정책을 일자리, 주거, 창업, 복지의 문제로 다루어 왔다. 청년에게 무엇을 지원할 것인가, 무엇을 제공할 것인가가 정책의 중심이었다. 그러나 AI, 자동화, 플랫폼 경제, 산업 재편이 동시에 밀려오는 지금의 환경에서 이 질문은 더 이상 충분하지 않다. 학교에서 배운 전공이 몇 년 만에 무력해지고, 사회에 나와도 끊임없이 재학습하지 않으면 뒤처지는 시대가 되었기 때문이다.
 
이 변화 앞에서 청년의 문제는 ‘취업 여부’가 아니라, 재학습하고 전환할 수 있는 Capability가 있는가의 문제로 바뀌었다.
 
더 중요한 사실은, 이 Capability가 나이에 의해 자동으로 보장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젊은 세대일수록 새 기술에 빠르다’는 상식이 통했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지 않다. 디지털 도구에 접근할 수 있는 자원, 학습할 수 있는 시간, 다시 도전할 수 있는 안전망, 실제로 기술을 써볼 수 있는 기회가 있는 사람이 빠르게 적응한다. 그래서 어떤 중장년은 가장 ‘젊은 세대’가 되고, 어떤 청년은 이미 ‘뒤처진 세대’가 된다.
 
이 현상은 단순한 세대 비교의 문제가 아니다. 청년 내부의 분절, 즉 정보 접근, 교육 기회, 지역, 가계 배경, 시간 여력에 따라 Capability 격차가 커지고 있다는 신호다. 같은 나이의 청년들 사이에서도 미래에 적응할 수 있는 집단과 그렇지 못한 집단이 갈라지고 있다.
 
이 지점에서 청년정책의 성격은 완전히 달라진다. 청년정책은 더 이상 취약계층 지원이나 고용 대책이 아니다.그것은 앞으로 50~60년을 실제로 이 사회를 운영할 세대가, 변화에 적응할 Capability를 갖추도록 만드는 국가적 설계다.
 
특히 저출산과 고령화로 청년 인구가 급감한 한국에서, 청년 한 사람의 역할은 과거 여러 명의 청년이 담당하던 생산력과 책임을 대신해야 하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 이들이 Capability를 갖추지 못하면, 사회는 단순히 청년 문제가 심각해지는 것이 아니라 국가의 장기 생산력과 존립 기반이 약해진다.
 
그래서 이 글은 청년을 나이로 정의하지 않는다. 청년을 미래 생산력을 결정하는 Capability 집단으로 다시 정의한다. 그리고 묻는다.우리는 지금 청년에게 무엇을 지원하고 있는가가 아니라, 무엇을 맡기고, 어떤 권한과 자원을 배정하고 있는가?
 
청년정책은 복지가 아니다.
그것은 카파빌리티 세대를 세우는 국가 생존전략이다. 이 글은 바로 그 관점에서, 청년정책을 처음부터 다시 바라보려는 시도다.
 
제1장. 청년을 ‘나이’로 규정하는 정책은 왜 실패하는가?
 
청년정책의 출발점에는 오래된 전제가 하나 있다.
청년은 하나의 연령 집단이라는 전제다. 그래서 정책은 늘 이렇게 설계된다.
 
만 19세~34세(혹은 39세)
미취업 청년
사회초년생
취약 청년
이 구분은 행정적으로는 편리하다. 하지만 지금의 사회 변화 속도, 산업 전환의 폭, 디지털·AI 기술의 확산 조건을 놓고 보면, 이 방식은 현실을 설명하지 못하는 분류 체계가 되어가고 있다.왜냐하면 오늘의 청년 문제는 연령의 문제가 아니라 Capability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1. 같은 나이, 전혀 다른 조건 : 청년 내부의 분절
 
같은 28세 청년이라도, 누구는 AI 도구를 매일 쓰며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누구는 디지털 기기 접근도 어렵고, 학습 기회도 부족하며,누구는 생활비와 부채 때문에 새로운 것을 배울 ‘시간’이 없고, 누구는 부모의 지원과 네트워크 속에서 계속 새로운 경험을 축적한다.
이 차이는 ‘노력’의 차이라기보다, 전환요인(conversion factors)의 차이다.
 
즉, 자원을 Capability로 바꿀 수 있는 시간·돈·정보·환경·제도 접근성의 차이다.
이 차이는 연령 통계로는 절대 포착되지 않는다.그래서 연령 기준 청년정책은 청년 내부의 불평등을 보지 못한다.
 
2. “청년은 새것에 빠르다”는 가정의 붕괴
 
과거 산업사회에서 청년은, 새 기술에 민감하고, 적응이 빠른 세대로 이해되었다. 실제로 컴퓨터, 인터넷, 스마트폰의 확산 시기에는 이 설명이 어느 정도 맞았다.
 
하지만 지금의 AI·자율주행·로봇·플랫폼 전환은 전혀 다른 조건을 요구한다. 고가의 장비와 소프트웨어, 지속적인 학습 시간, 실험해볼 수 있는 환경, 실패해도 다시 도전할 수 있는 안전망. 이 네 가지는 나이가 아니라 사회적 위치와 자원 접근성에 의해 결정된다. 그래서 어떤 중장년은 가장 빠르게 적응하고, 어떤 청년은 변화에서 배제된다.
 
즉, 청년이라고 해서 자동으로 미래에 가까운 집단이 아니다.
 이 지점에서, 연령을 기준으로 한 청년정책의 논리는 무너진다.
 
3. 청년정책이 놓친 질문
 
지금까지의 청년정책은 이런 질문을 던졌다.
왜 취업을 못하는가?
왜 창업을 안 하는가?
왜 지방에 가지 않는가?
왜 제조업을 기피하는가?
 
하지만 Capability 관점에서 보면 질문이 완전히 달라진다.
 
왜 재학습할 시간이 없는가?
왜 새 기술에 접근할 자원이 없는가?
왜 실패해도 다시 도전할 수 없는가?
왜 미래 산업의 현장에 들어갈 기회가 없는가?
기존 청년정책은 결과를 묻고, Capability 관점은 조건을 묻는다.
 
4. “취업 지연”의 본질은 Capability 축적 지연
 
최근 청년들의 사회 진입 연령이 늦어지고, ‘쉬었음’ 청년이 늘어나는 현상을 두고 많은 해석이 나온다. 그러나 이것을 단순히 의지나 태도의 문제로 보면 본질을 놓친다.
 
이 현상은,Capability를 축적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상태가 장기화된 결과로 볼 수 있다.
배울 수 없고, 시도할 수 없고, 실패할 수 없고, 다시 도전할 수 없는 환경에서는 청년은 ‘멈춘 것처럼’ 보일 수밖에 없다.
 
5. 그래서 ‘청년’의 정의가 바뀌어야 한다.
 
이제 청년을 이렇게 정의해야 한다.
청년은 나이가 아니라, 변화에 적응하고 스스로를 갱신할 수 있는 Capability를 가진 집단이다.
 
그리고 청년정책은 이렇게 바뀌어야 한다.
청년에게 무엇을 지원할 것인가가 아니라,어떤 Capability를 갖춘 집단으로 키울 것인가의 문제로.
 
연령 기준 정책은 행정에는 편리하지만, 미래를 준비하는 정책으로는 더 이상 충분하지 않다.
 
이 장에서는 그 한계를 보았다.
다음 장에서는, 왜 이 문제가 단순한 청년 문제가 아니라 세대 간 권력·자원 재배치의 문제로 연결되는지를 살펴본다.
 
 
박현호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본회의 위원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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